입력 : 2012.06.20 03:12 | 수정 : 2012.06.20 20:35

뒤에서 나쁜 소문내고 은근히 따돌리는 '은따'… 개인비밀까지 흘려

서울에서 명문으로 통하는 A여고 2학년 B(17)양은 올 초 학생회장 선거에서 떨어지고, 연이어 학년별 학생대표 선거에서도 낙방했다. 낙방보다 더 충격적인 것은 자기에 대한 나쁜 소문들이 전교에 퍼져 있다는 사실이었다. 나쁜 소문은 '항상 늦는다' '무능력하고 책임감이 없다' '혼자서 예쁜 척만 한다'는 내용부터 '과거가 안 좋다' '친언니가 수천만원 주고 유명 대학에 들어갔다' '엄마가 학교에 돈을 뿌리고 다닌다'는 황당한 이야기까지 있었다.

B양은 이 소문 중 일부는 학생회 활동을 하면서 어울린 3학년 선배 C(18)양이 퍼뜨렸다는 것을 알고 더욱 놀랐다. 이 일이 있은 후 B양은 스트레스로 악몽에 시달렸다. 학교에서 C양과 마주치면 가슴이 두근거렸다. B양은 학교에 "C양이 언어폭력을 한다"고 신고했지만, 학교 측은 "여학생들 간 싸움이지 학교폭력 사건이 아니다"고 했다. C양 측도 "나는 그런 소문을 낸 적 없다"고 부인하는 상황이다.

◇소리는 없지만 무서운 심리폭력

여학생들 사이에서 주로 이뤄지는 '심리폭력'이 손발로 때리는 '신체폭력' 못지않게 학생들에게 큰 고통을 주고 있다. 심리폭력은 피해자에 대한 '뒷담화'를 하거나 나쁜 소문을 퍼뜨려 자연스레 따돌림을 시키거나, 비꼬거나 무시하는 말을 은근히 해 심리적으로 고통을 주는 것이다.

남을 괴롭히는 방법에서 여학생과 남학생이 차이가 난다는 사실은 이미 20년 전 해외 연구에서 드러났다. 1992년 노르웨이 연구팀은 청소년기 여학생들은 남학생들과 달리 공개적이고 드러나게 남을 공격하는 것이 아니라 심리적으로 공격을 한다는 것을 밝혀냈다.

문재현 마을공동체교육연구소장은 "여학생들은 남학생처럼 남을 때리거나 욕을 하는 것이 '여자답지 못하다'는 말을 듣는 등 올바르지 않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교묘하고 지능적으로 상대를 괴롭히는 다른 방법들을 찾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심리폭력에 정신치료 받기도

심리폭력은 당사자가 겪는 스트레스는 무척 크지만 겉으로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주변에서는 심각성을 알기 힘들다는 것이 특징이다.

서울의 한 중학교 3학년 D양은 지난해부터 단짝이었던 E양이 자기에 대한 거짓말을 다른 학생들에게 퍼뜨려 어느 날 갑자기 학급에서 왕따가 됐다. 수업 시간에 그룹 활동을 하는데 그 누구도 D양을 끼워주지 않았다. 영문도 모른 채 왕따를 당했던 D양은 억울한 마음과 스트레스가 심해 집에서 실신하고 정신과 치료를 받기도 했다.

가해학생은 "난 그런 소문을 낸 적이 없다"고 부인했고, 학교 측은 "B양이 원래 나약한 학생이라서 그렇다" "증거가 없어서 규명하기 힘들다"는 반응을 보였다.

학교폭력예방센터 박경숙 실장은 "여학생들은 어떤 학생이 교사나 남학생들에게 주목을 받으면 '잘난 체를 한다' '나댄다'며 모함하거나 은따(은근히 왕따시키는 것)하는 경우가 많다"며 "학생은 자살을 기도할 정도로 힘들지만 증거가 없어 가해자를 처벌하기 힘든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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